도시 넘어로, 2021~
산을 오른다. 인간 세상에서 가지고 온 걱정거리들을 가지고 오른다. 인간 세상에서 내가 사유하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며 자연과 마주한다. 이 순간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그 순간을 조용히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면 걱정거리는 사라지고 다시 내려가도 힘든 삶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. 어느새 산은 내게 이런 존재가 되었다. 힘을 북돋아주는,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, 자존감을 끌어올려주는. 이제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넘어선 존재가 되었다. 이제 다른 존재들을 만나보고 싶었다. 그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지 않았고 어느새 나는 한국의 여러 국립공원들을 오르고 있었다. ‘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.’ 라고 했던 조지 말로리의 말처럼 ‘거기’ 있는 다른 산들을 올라가 보고 싶었다.